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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님 별세..

2010.09.02 09:53

동여의도박종문 조회 수:1304

[미션라이프] 한국교회의 제자화를 이끈 거인이 쓰러졌다.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가 2일 오전 8시 43분 급성폐렴으로 서울대병원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향년 72세. 1990년대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이란 말을 정착시킨 그는 예수에 미친 광인론을 주장하며 탁월한 설교가이자, 이론가, 개혁자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로서 명성을 높였다.

그가 평생 부르짖었던 제자화는 쉽게 말해 예수께서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말씀 그대로 지키게 하는 훈련이었다. 즉 성도의 인격과 삶이 변화되어 교회와 세상에 나가서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옥 목사는 경남 거제 출생으로 성균관대 영문과와 총신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웨스터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교단 개혁을 위한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와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산파역할을 했던 그는 85회의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로 1만8380명의 목회자들에게 제자훈련의 비전을 심어줬으며, 99쇄나 찍은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로 수많은 한국교회 성도들을 사역의 동참자로 깨웠다.

증조부부터 예수를 받아들인 독실한 가정에서 자라났던 옥 목사는 평신도로 교회를 섬기고자 했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에 따라 신학을 시작했으며, 네비게이토와 한국대학생선교회의 선교자료와 방법을 연구해 1명에 불과하던 대학부를 350명으로 부흥시킨 일이 있다. 기존 교회가 강조하는 교리대신 복음을, 지도자 중심에서 구성원 중심으로, 대그룹에서 소그룹으로, 행사 위주에서 양육 위주로, 일방 통행식 전달방식에서 쌍방통행식 방법으로 훈련시켰다. 제자훈련에 미친 그는 유학을 떠나기 전날까지 제자훈련에 미쳐 다음날 가족들과 간단한 인사만 하고 떠날 정도였다.

38세에 시작한 미국 유학에서 그는 제자훈련의 신학적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미국 네비게이토 본부에서 머물며 훈련 자료를 수집하고 제자훈련을 현장에 접목시켜 성공한 교회들을 찾아다녔다. 박사학위 논문도 제자훈련과 관련된 것이었다.

옥 목사는 1978년 미국에서 돌아와 은평교회의 도움으로 서울 강남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회가 채택한 부흥회나 심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당장에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제자훈련의 방법을 택했다. “예수의 제자를 만든다는 것은 예수님처럼 살려고 하는 크리스천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천당에 가기 위해 교회에 나오는 것과 예수님을 닮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신앙생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82년 출석성도가 250명으로 늘어났고 85년 1200명의 성도에 이르자 현재의 서울 서초동 교회를 지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해 지하에 예배실을 만들고 지상 마당을 넓게 만듦으로 한국교회의 새로운 건축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가 표방한 제자훈련 시스템의 핵심은 다락방이라 불리는 일반 교회의 구역조직에 있고 그 안에서 핵심은 순장에 있다. 교회에는 3000여개의 다락방이 있는데 다락방을 이끄는 순장은 제자훈련으로 배출된 ‘작은 목사들’이다. 순장은 새가족모임을 수료한 뒤 4년에 걸친 평신도 성경대학과 신앙특강시리즈, 가정생활 시리즈를 이수한 뒤 2년 과정의 제자·사역훈련을 받은 특공대다. 사랑의교회엔 3000명의 순장이 있는 데 이것이 사랑의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저력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12명을 데리고 3년간 훈련시킨 모델을 기본으로 한다. 즉 사람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잠자고 있던 평신도를 훈련과 교육으로 철저히 무장시켜 교회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게 바로 제자훈련인 것이다. 그는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에서 늘 이렇게 외쳤다. “미치세요. 이 훈련을 주도하는 사람, 즉 목회자가 안 미치면 절대로 제자훈련에 성공 못합니다. 미치지 않았으면 제자훈련은 시작도 하지 마세요.”

그는 한국교회가 당면한 위기상황 앞에서 선지자 예레미야의 심정으로 바른 목회철학의 정립, 소명자로서의 교회, 교회의 사도성, 제자도를 외쳐왔다. 특히 예장 합동 교단을 향해 “모든 지교회 및 치리회의 최고회(最高會)인 총회가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며 서슴없는 비판을 가했다. 이런 배경에서 1996년 교갱협과 1998년 한목협이 창립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순탄한 길을 걸은 것만은 아니다. 군대 복무시절부터 폐결핵에 걸려 5년간 투병생활을 했으며, 1989년 병으로 쓰러져 1년간 목회 활동을 쉬기도 했다. 2003년 은퇴하고 이듬해 폐암수술을 했지만 재발해 최근까지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만 했다.

거인은 영원한 천국을 향해 떠났지만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남는다. “누가 한국 사람의 4분의 1이 기독교인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교인도 자랑할 만한 그리스도인인가! 왜 이렇게 무력한 군중이 되고 말았는가! 오늘의 대한민국 교회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지금까지 사장되어 개발되지 못했던 평신도들을 작은 목사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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