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26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1)
이 어령 교수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 만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 속 밤하늘에 떠 다닐
반딧불만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 자락을
때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 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어느 날 이어령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지성으로 하나님을 만났을 때
그 힘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지를 알게 했습니다.
이 분이 10년만 더 일찍 예수님을 만났더라면
한국의 C.S. 루이스가 되었을거에요.
한 줄 한 줄의 시가 마흔 고개 너머
당신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진정 부서지지 않았습니까
자매님들.... ....
아! 정말로 자매님들,
시름 감상하셨으면
당신의 발자취 한 점
그래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