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에 대한 단상.
2011.05.07 16:40
징검다리 연휴라고 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월차까지 내서 관광지로 휴가를 떠나고 물 건너 가버리는 통에 항공권이 바닥났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울 거리는 참 한산했습니다.
"매일 거리가 요즘만 같아라~~ " 하며 운전대를 잡은 남편과 저는 짐짓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방콕하자니 저 눈부신 햇살이 아깝고
어디론가 떠나자니 걸리는 것도 많고.... 그래서 문화생활을 좀 했습니다.
일명 조조영화보기!!
이건 제가 bbb를 알기 전에 밥먹듯이 하던 습관이었는데, 남편이 저의 잃어버린 본능에 불을 질렀습니다.^^
영화관람비가 8000원~9000원인 것이 조조는 5000원임을 알게 된 남편이 되려 신나했습니다.
그래서 싼 맛에 좋아하는 남편따라 조조영화 산책에 나섰습니다.(오해하지 마시길~ 새벽예배도 다녀오고
아침 큐티도 했습니다~ 충성!^^)
오늘 관람한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제목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몇 년 전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이라는 영화를 만든 40대 초반의 민규동감독입니다.
나이도 많지 않은 감독의 세상 바라보는 시각이 참 따뜻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피곤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 아내의 질문에 무반응인 남편, 그는 의료사고로 병원을
말아 잡수신 월급쟁이 의사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시어머니입니다. 정신 있을 때는 부모없는 며느리라고
그리 들볶더니 이제는 정신줄을 놓아 버린 치매노인이 되어 매일 사고치며 "밥 줘 밥"을 연발합니다.
그리고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정신없는, 늘상 "알아서 할게요" 의 큰 딸.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입니다. 아, 또 한 명 누나한테 늘 돈만 달라는 정신 못차린 그녀의 동생입니다.
이렇듯 콩가루같은 집안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도 어떠한 표현도 없이, 각자의 문제에만 골몰한 채
마지 못해 살아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가족입니다. 오직 엄마인 인희만이 그들을 이해하고 이어주는
끈같이 보입니다...
결국 엄마 인희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주인공이 됩니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아내의 죽음 앞에서 그제서야 엄마의 수고와 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가족들입니다.
그토록 미운 짓만 하는 시어머니지만 아름답게 돌봅니다. 놓아버린 그녀의 정신줄이 되어 주고
말벗이 되어 주고 친구가 되어 줍니다. 제가 가장 펑펑 울어 버린 부분은
이제 저세상 사람이 되는 인희는 자는 시어머니를 이불로 덮어 누르며 절규합니다....
어머니 같이 가자고.. 남아서 식구들 괴롭히지 말고 나와 같이 가자고.. 나 없으면 어머니 누가 돌보냐고....
그 절규는 미운정, 고운 정 들은 어머니에 대한 가슴 아픈 사랑과
어머니와 함께 남는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살림살이 깔끔했던 엄마는 그녀의 삶을 아름답게 정리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감당해야 될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메모로 남깁니다....
그것은 그녀의 삶의 흔적이자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죽음 뒤에 사랑안에서 하나가 된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전히 정신없는 할머니를 서로가 돌보는 바쁜 일상속에서
엄마의 사랑과 수고의 모습들이 이제는 남편에게서, 딸에게서, 아들에게서
느껴지고 보입니다. ....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는 땅에 떨어져 썪어진 밀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의 죽음은 새로운 사랑의 나무를 꽃 피웠습니다....
가뜩이나 눈물 많은 울 남편은 최루탄 까스를 들여 마신 듯 했습니다.^^
주인공 인희가 저와 오버랩되었답니다.^^ 한 마디 해줬습니다. "있을 때 잘 하슈~~"^^
...죽음은 또 다른 삶으로 넘어 가는 과정, 영생으로 가는 문턱임을 믿지만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어쨌거나 코 끝이 찡하도록 아픕니다....
...문득 나의 삶이, 혹은 죽음이 엄마, 인희처럼 땅에 떨어진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고 씌어진 그녀의 말이, 그녀가 오래오래 살고 싶었던 새 집 대문 앞 푯말에 새겨져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참 맞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지 않은,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미운 자식이 그렇고 섭섭한 남편이 그렇고 서운하게 하는 시어머니가 그렇고, 친구가
그렇습니다.
자세히, 오래 본다는 것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
.
자세히 보아야겠습니다......
오래 보아야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나의 귀한 사람들, 나의 남편, 아이들, 부모님, 지체들을.......
댓글 2
-
김혜숙
2011.05.07 21:01
-
박덕순
2011.05.08 15:56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오셨군요.
예전에 설날 특집 드라마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참 많이 울었지요. 그땐 인희역이 나문희씨였는데 그분도 어찌 그리 연기를 잘하시던지...
그렇잖아도 오늘 가족예배 시간에 그런 나눔을 가졌어요.
"너희를 돌보던 엄마 아빠가 불의의 사고로 먼저 하늘나라에 갔다면 너희는 어떨거 같니?"
산하와 강산인 아무 대답도 못하더라구요.
한마디로 막막했겠지요.
그러나 이웃을 통해, 친지를 통해, 누군가의 감동을 통해 결국 우리를 돌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고,
그러니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영생을 소망하는 자에겐 이 세상 이별도 아름다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매님 글을 읽고, 치아를 두어 개만 남기고 다 빼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친정엄마가 생각나 눈물 났고,
동시에 나도 과연 이 땅의 이별을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을지, 우리 아이들에겐 어떤 엄마로 서 있는지 자문해보며
남은 시간, 남은 사람에게 내게 있는 모든 사랑을 쏟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귀한 나눔 감사하며, 자매님 글이 올라오니 홈피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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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않아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세상을 살아가는거는 한알의 밀알이 되는 삶이 아닐까요
무엇이든지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내자신을 돌아봅니다
나또한 과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알의 밀알이 되고있는가?
주님께서 주신 사랑하는 아이들과 부모님 귀한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지체들,,,
나도 그리하겠습니다
자세히,,,
오래,,,
그렇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