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비가 와요

2010.09.01 16:13

박덕순 조회 수:1626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졌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리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밥 한 숟가락 떠 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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