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부르는 사부곡..'아버지 옥한흠'>
2011년 02월 15일 10시 46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이미 천국에 가신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생전에 그분께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은 내게 하나의 한으로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9월2일 소천한 한국 개신교계의 어른 고(故)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라는 국내 대표적 대형교회를 개척했다는 것 외에도 목회자로서의 엄격한 자세와 성품으로도 귀감이 됐던 인물이다.

   고인은 유명세를 업고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는 이른바 스타 목사들과 달리 철저히 교회 안에서 목회와 제자훈련에 힘쓴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그의 아들 옥성호 씨는 한동안 비신앙인으로 살다가 회심한 후 2007년 한국 개신교계가 성경보다는 심리학, 경영학, 엔터테인먼트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한 '부족한 기독교' 3부작을 내놓았다.

   기성교회의 큰 어른이던 아버지 밑에서 다분히 '삐딱한' 시선으로 개신교 현실을 꼬집은 그의 책은 큰 반향과 논란을 불렀다.

   그가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5개월 만에 내놓은 '아버지, 옥한흠'(국제제자훈련원)에는 목사 아버지 아래서 태어났으나 한때 신앙을 버리기도 했던 아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개신교계에서는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 큰 나무인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발칙한 반항과 그 아들을 감싸안는 아버지의 모습이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소개되면서 우리 시대 목회자들의 애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옥성호 씨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바쁘고 엄한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는 자명하지 않겠느냐"며 "청소년 시절 대화다운 대화를 몇 번 한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항상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장남을 도통 이해할 수 없으셨고, 나는 나대로 나름 지독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방황했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관계에는 긴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가 나오면서 내가 아버지를 바로 보는 계기를 가졌고, 아버지도 그동안 몰랐던 나를 제대로 평가했고, 그 후 우리는 서로 동반자적 관계, 토론하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책에는 부자지간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옥한흠 목사의 내면 깊숙한 이야기들도 많이 소개돼 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목사와 여성 신도간의 스캔들에 대해 옥성호 씨는 2004년 아버지에게 혹시 비슷한 위기를 맞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을 해봤다고 소개했다.

   옥한흠 목사는 "성호야, 왜 없었겠니? 아빠도 정말 이대로 쓰러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휘청거린 적이 한 번 있었단다. 하지만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그 위기에서 쓰러지지는 않았단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교회일로 늘 바빴던 옥한흠 목사는 가족과 가끔 한번씩만 저녁을 먹었는데 어느날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장남에게 "성호야, 이 아빠한테 사랑의교회가 중요한 것 같니, 네가 중요한 것 같니"라고 묻는다.

   옥성호 씨가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교회요…"라고 답하자 옥한흠 목사는 "성호야, 아빠는 너를 위해서라면 사랑의교회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책의 표지 그림과 글씨는 옥한흠 목사의 첫손녀이자 옥성호 씨의 딸인 옥은혜씨가 그렸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둘만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게 속상해서 그림으로나마 그렸다고 한다. 212쪽. 9천원.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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