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중 "합창"을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보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고 지휘자 박칼린이라는 사람의 리더십에 집중했었고
많은 이야기들이 기사화됐었습니다.
유일하게 주말에 시청하는 몇 개 안되는 프로그램인지라
그날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오합지졸의 단원들을 두 달 여 동안 천상의 하모니로 묶어 내는 과정과 그 결과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박칼린이라는 지휘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감동받은 남편이 먼저 훌쩍거립니다.
그러나 저희 둘은 이것이 남들과 다른 감동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에게도 그런 경험을 주신 한 지휘자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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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교회라는 곳을 잘 알기도 전에 찬양대에 서신 한 집사님의
눈에 콕 찍혀 그 집사님으로부터 남편과 저는 성가대에 서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거절의 말이 내 입을 통해 나오기도 전에
저희 남편 흔쾌히 승락을 합니다.
내가 알기는 이 사람도 노래에 그다지 은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저는 어려서 노래에 상처가 깊은지라(이 사연은 후일을 기약하며^^) 중고등학교 음악 실기시험 때
소리 한 번 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교 졸업반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 때는 노래방이 없었기에 그냥 음식점에서
생짜로 여자친구 노래시키는게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른 친구의 약혼자도 멋지게 유행가를
불러제끼더군요... 그 때 저의 심정은 그냥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었습니다.곧 제가 지명되자
저 그 때 과감히 일어나 시를 암송,읊어 주었습니다.
아마 강은교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제법 길이가 있었던 시였지요.
그 때 그 분위기를 아주 썰렁하게 만들었던 기억....그리고 다른 여자 친구가
속으로 꽤나 없다....재수....하고 생각했을겁니다.
이렇듯 저의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당시 새침한 외모와 더불어 아주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 후에도 참 많이 시달렸습니다. 결혼식 피로연등등..
(혹여 저에게 노래방 가지고 하는 사람은
웬수가 될 각오를 하심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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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찬양대에 섰으니
오죽 떨리고 긴장됐겠습니까.. 찬양을 하고 내려 올 때면 다리가 후둘후둘, 속옷은 흠뻑 젖고..
하나님의 은혜는 커녕 주일마다 저의 기도제목은
"제가 이 찬양대에 누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주일마다 흠뻑 은혜를 받고 있는지라 그만 두지 못하는 사이
6 여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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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세월은 헛된 세월이 아니었습니다.
찬양연습을 통해 하나님 찬양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이 세상 어떤 노래보다 찬양은 아름답고 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오랜 벗의 기도응답임을 확신합니다.
지금은 사모가 된 친구가 제가 찬양대에 서서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하고
진정 알기를 기도했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중앞에서 입을 여는데 불가능한 사람이 오디션도 없이도 찬양대에 선다는 것은
저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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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듯 은혜는 깨달아 갔으나 실력은 좀처럼
진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지휘자 선생님은 두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를 늘 사모하며 기도하는 지휘자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성악의 기본 발성법등 , 여러가지를 가르치고자 무던히
애를 쓰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으셨습니다.
2008년 우리 성가대는 갑작스런 참여 결정이 내려진
극동방송 찬양제 연습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불평,불만들이 쏟아졌습니다.
크리스마스 칸타타도 연습할 시간이 모자라는 마당에
그렇게 큰 찬양제 참석은 불가능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2부 3부 찬양대를 잘 조율해 내셨습니다.
합창시 절대 내서는 안되는 나이 드신 집사님들의 바이블레이션들을
상처받지 않도록 잘 조율해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결전의 순간,
긴장과 떨림이 온 몸을 휘감아 들 때
기도로 무장한 선생님의 지휘에 우리는 아름답고 힘 있는 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습니다.
찬양하는 내내 기쁨과 하나되는 환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하나님이 너무도 기뻐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고 내려 왔을 때 눈물이 날만큼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감동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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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생님은 그 후 여러가지 일과 개인적 사정으로 사임을 하시고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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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유독 선생님이 떠올랐고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감사 한 번 개인적으로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몸이 잘 아프셨던 선생님...
예쁜 보라색 편지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책 두 권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혹여 몸과 마음이 어려운 가운데 계신다면 이 한 장의 편지로
하나님께서 그 수고를 기억하시며 저를 통해 위로하심을 깨달으시도록.....
이 가을.. 자매님들에게
큰 감사함과 은혜를 알게 하신 분이 계십니까...
저와 함께 하나님의 향기로운 편지가
되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얼마나 위로가 되고 반가웠을까요?
찬양의 은혜와 아름다움을 발견한 어느 한 소자의 편지는 그분께는 아마 하나님 상급과도 같았을거에요.
저도 오늘 서랍 속에서 낡은 엽서 하나를 발견했는데 옛적 저의 순장님의 엽서였어요.
엽서를 보며 "순장님, 얼굴과는 다르게 글씨는 디게 못썼네?" 했는데....^^
자매님 글을 읽으니까 저도 막 편지가 쓰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사연을 보내주신 화곡동에 사시는 배성연자매님께
소정의 상품과 더불어 김밥나라에서 제공하는 야채김밥 한줄.. 선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듣는 노래, 사도바울의 '너는 그리스도의 편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