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8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하나님
당신의 재단에
꽃 한송이 바친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할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아주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의 무릎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도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을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니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 만한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도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