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룩하시고 자비하신
시골 교회 장로님이 꼭 '거룩하시고 자비하신 하나님 아버지' 하고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거룩'과 '자비(慈悲)'가 무엇인지 혼자 열심히 공부를 했었습니다.
거룩 - 거룩은 성스럽고 위대하신 하나님의 속성이면서 또 '구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성(聖)'은 거룩이고, '속(俗)'은 세상이라고 나눈 것이지요. 성전, 성당, 성직자, 성례, 성인, 성경...
초대에는 서기관과 바리새인, 사두개인, 제사장들이 세상을 온통 '성'과 '속'으로 구별하였습니다. 순결과 부정, 선과 악, 유대인과 이방인, 의인과 죄인, 남자와 여자, 신자와 불신자, 천사와 악마...
현대에는 주로 목회자들과 교단 교권주의자들이 세상을 온통 큰 교회와 작은교회, 안과 밖, 성직자와 평신도, 축복과 저주, 부자와 가난한자 등등으로 구별하며, 자신들을 특별하게'구별'짓는 용도로 하나님의 '거룩'을 사용합니다.
자비 - 자비란 사랑할 자(慈), 상대의 마음이 되어 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며, 슬플 비(悲), 그를 위해 애태우는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주로 속(俗)에 속한 부정한 사람, 악한 죄인, 이방인, 여자들, 가난한 자들, 저주받은 자들을 찾아가 함께 하셨습니다. 오늘날 예수님이 오신다면 과연 누구를 찾아가실까요? 아마도 상좌에 앉아 옷자락을 휘날리며 의기양양한 거룩하고 성스러운(?) 사람들 보다는 세상의 주변인들에게 달려가시지 않을까요? 세리, 창녀, 병자들, 가난한 이들, 억압받는이들, 억울한 이런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실 것 같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거룩한' 기독교가 아니라 '자비'의 기독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보셨을 때 성(聖)과 속(俗)에 속한 사람의 구별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다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입니다.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애타게 사랑하는 마음(慈悲)가 없는 사람을 어찌 거룩한 사람(聖道)라 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