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길을 놓고 금식기도를 했다. 주님께서 애초 뜻하신 바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하나님과 독대가 필요했다. 주님께서는 철물점을 처음 시작하던 때의 마음가짐을 일깨워주셨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님의 뜻을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지….’
그때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 ‘선교의 비전’이었다. 양구에서 사업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올 무렵, 주님께 선교의 비전을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구했었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잘돼 욕심이 커지면서 애초 주님과 약속한 선교의 비전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남을 속이면서 돈을 버는 사업체가 아닌, 청렴하고 깨끗한 건설 회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작은 회사를 차리고 창호 공사를 재개했다. 예전 공사 경력을 내세워 정부의 공사 입찰을 따내기 시작했다. 관급 공사는 선급금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굵직한 빚들을 줄여나갔다. 부도를 맞았을 때 처분한 땅이 시가로 50억원가량 됐었는데, 주님은 이를 3년 만에 되찾게 해주셨다.
그러다 또 한번 시련이 닥쳐왔다. 투자한 업체의 사장이 돈을 횡령하는 바람에 1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것이다. 부채 중에선 굳이 갚지 않아도 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주님이 주시는 시험을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업을 맡은 청지기로서 끝까지 정직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떠맡은 빚을 깨끗하게 갚았다. 적지 않은 금액을 이유 없이 손해 본 것이지만, 주님의 일꾼으로 떳떳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릴 수 있었다.
오래 섬기던 교회에 사정이 생겨 2002년 신앙의 터전을 옮기게 됐다. 새로운 교회를 찾던 중 목동제일교회의 고난주간 부흥성회에 우연히 들렀는데 목사님의 설교가 첫마디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우리는 세상의 방식과 하나님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개는 세상의 방식을 선택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셨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는 선택이야말로 진정으로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방법입니다.”
설교가 끝나고 통성기도를 하는데 그렇게 눈물이 쏟아질 수 없었다. 난 곧바로 가족들과 함께 교인으로 등록했다. 목동제일교회는 ‘땅끝 선교’ ‘북방 선교’를 추구하는 선교 지향적 교회다. 내가 선교를 이루는 사업가가 될 것을 다짐했던 터라 주님께서 그곳으로 이끌어주셨다고 믿는다.
이 교회에 와서 새벽기도의 깊이를 얻었다. 그전까지의 새벽기도는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보다는 내가 간구하는 바를 얻는 통로로 여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새벽기도를 하면서 옛사람의 허물이 벗겨지고 하루를 온전히 주님께 바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예레미야 18장에 보면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을 거쳐 완성돼가는 비유가 나온다. 나는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그릇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터지매 그가 그것으로 자기 의견에 좋은 대로 다른 그릇으로 만들더라.”(렘 18:4)
교회를 옮기고 난 뒤 데이빗종합건설을 설립했다. 금속창호전문 건설업을 해오다 다방면으로 뻗어나갈 생각에 세운 회사다. 손자의 이름인 ‘데이빗’을 따서 하나님 앞에 회사를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신기한 것은 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선교의 비전을 품은 뒤부터 사업 규모가 오히려 예전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부도를 두 번이나 당한 뒤로 물질적인 부분은 하나님께 맡겼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들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공헌하고 선교의 비전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인 탐욕을 부렸다면 주님께서 그만큼의 사업을 맡겨주시지 않으셨을 것이다.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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