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십자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길고 짧은 막대기 두 개를 서로 어긋나게 세워둔 것을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해서 약 한달 정도 지난 후였다.


이북에서 내려오신 아버님이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혼자 교회를 다니시던 아버님의 장례를 교회에서 도와주셔서 치르게 되었는데, 그 당시 운구 관을 하얀 천으로 싸 메고 상판 모서리는 레이스를 달았고, 상판 가운데에 빨간 십자가를 새겨 넣었는데 그때 이름도 몰랐던 십자가를 처음 보게 된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교회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마친 다음 주부터 어머님을 따라 자녀 6명이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다만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어머님은 주일이 되면 꼭 교회를 출석하시는 바람에 우리 형제, 자매들도 교회를 계속 다니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성장해서 아버지의 관위에 새겨진 빨간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나니 우리 가족의 신앙생활 시작은 바로 아버지 관위의 십자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별히 빨간 십자가를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더욱 선명하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올해도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다가옵니다. 성금요일인 오늘 십자가를 생각하면서 불현듯 어릴 때 봤던 빨간 십자가 생각이 나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 자 적어봅니다.


지금은 부모님 두 분 다 안계시지만, 우리가족에게 십자가는 남다른 의미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찍 어려서부터 예수그리스도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이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1. 십자가는 주님이 홀로 지신 고난의 십자가였지만 우리에게는 죄와 심판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는 은혜의 십자가인 것을 믿습니다.

2. 십자가는 사람의 목숨이 끝나면 모든 것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부활을 알리는 희망의 십자가인 것을 믿습니다.

3. 십자가는 우리 가족이 고통 중에도 살아야 할 참된 삶의 의미와 즉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된 존재감을 확인한 십자가인 것을 믿습니다.

4. 십자가는 우리 가족들의 마음에 쌓였던 쓴뿌리를 해결한 치유와 회복의 십자가인 것을 믿습니다.


우리 가족들 6형제, 자매와 그들의 자녀와 손주들까지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은 기적같은 일입니다. 이것보다 더 큰 복은 없습니다.


새벽예배시간에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은혜와 감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미천하고 무가치한 존재인 우리를 주님의 십자가로 인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의 기업을 이어받을 후사가 된 것이 그리고 부활의 예수님과 우리 가족들이 영생을 산다는 것이 너무 꿈같아 어떤 때는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진리는 변함없는 사실이요, 실제인 것을 생각할 때 이것이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주시려고 한 풍성한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도 십자가를 묵상해보면서 무능한 예수님으로 십자가에서 죽어간 예수님이지만 하나님은 그를 높여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자기 부인과 섬김의 삶이 도리어 세상을 점령하는 강한 힘이 된 것을 생각하면서, 나도 나 자신을 부인하는 삶을 통해 주님의 능력이 흘러가길 소원해 봅니다.


◆ 제자도의 핵심 : 더 이상 우리를 위해 살지 않고 주님을 위해 사는 것(고후 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