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난 주 금요일에 우리가 중보하여 기도했던 원주모임의 김창일 형제님의 아내對戰(대전) 일지 입니다.
제게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써서 올렸다고 합니다.
함께 기도해주신 정동모임 순장님들께 감사하구요, 하나님은 이렇게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니다.
쉽게 깨질 수도 있었는데 또 쉽게 수습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마음에 상처가 많았을텐데 그것 또한 속히 아물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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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4(금)
고교동창 경선이를 전도하기 위해 강릉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식당주인 아줌아가 안동하회마을에서 온 쌀이라고 권유하기에 한 가마니 사겠다고 승낙한후 집으로 전화했으나 妻로 부터 거절받다.
2009.12/5(토)
낮에 홀로된 동생 실이네 집에 들러 방금 사 온 안동하회마을 쌀 반가마니(40kg)를 전해주며 "언니에게 말하지 마."라고 부탁하다.(징징대며 바가지 긁히는 게 싫어서)
2009.12/11(금)
오후, 妻로부터 전화오다.
쌀 얘기를 하며 전 난리다.
"이크, 걸렸구나..."
집에 일찍 퇴근하여 가면 종일 바가지 긁힐까봐 중앙초교 동창들 모임에 참석, 밤 늦게 귀가하다.
큰 아들 해천이 방에서 자고 있는 妻를 보며 말하지 않고 여동생에게 쌀 사준게 조금 미안했다.
'내일 아침 , 바가지 긁힐때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늦게 잠자리에 들다.(새벽 1시)
2009.12/12(토)
아침 8시쯤,
난리치는 마누라 고함소리에 잠이 깨다.
욕을 해대며 흥분한 마누라는 급기야 부엌에 있는 사온지 얼마 안 된 식칼을 들고
'다시는 내 밥 먹지마~ '라고 소리치며 침대로 와서는 누워있는 내 얼굴 옆을 찍다.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고 내 마음이 왜 그리 담담했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
조금후 식식 거리는 마누라는 나갔고 넋이 나간 나는 한참 뒤 일어나 베개 옆에 꽂힌 부엌칼을 보며 점점 부아가 끓어 오르기 시작했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12시.
삼천감리교회로 가는 중이다.
박회장님 따님이 결혼한다고 며칠전 메시지가 왔기에 부주금 5만원 들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성도교회 사모님이다.
부부싸움 한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
여자는 여자편, 웬 부부싸움이냐는 식으로 몇 마디 묻기에
"진 집사는 히스테리 환자예요.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어찌 신랑에게 식칼을 휘두를 수 있어요" 하며
짧게나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끊었다.
2009.12/15(화)
새벽기도가 끝나자 예배당 유아실로 들어와 아침 8시까지 선잠을 다시 잤다.
7시 반에 마누라가 출근을 하니 출근한 후 집에 들어가 씻고 나도 출근을 해야겠다.
8시가 조금 안되었나 보다. 누군가 예배당으로 들어와 꺼이 꺼이 울며 기도하였다.
속 시원히 울지도 못하고 "우~ 우~"하며 짐승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선잠이 깼다.
누군가 말못할 고민과 걱정이 있나 보다 새벽기도 시간이 훨씬 지난 이 시간에 남 몰래 교회에 들어와
슬픔을 드러내놓지도 못하고 하나님께 하소연하니...
어쨌건 시간이 되어 전등을 켜고 옷을 주섬 주섬 입고 있는데 문이 활짝 열렸다.
작은 아들 해성이였다.
"뭐야, 이 시간에 아직도 학교에 가지 않고..."
"아빠 여기 계셨어요" 하며 씨익 웃는 까치머리 해성이의 얼굴은 다소 핼쓱하면서
'아빠가 여기 계셨구나~'하는 안도감을 엿볼수 있었다.
"얼른 가 - . 내일 , 고등학교 입학 시험이지. 잘 쳐라."
"예~ " 하며 해성이는 나갔다.
해성이가 나간후 교회 안을 흩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아까 울부짖은 기도소리의 주인공은 작은 아들이었단 말인가?
갑자기 콧날이 시큰 거렸다.
아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9.12/16(수)
어제 오후 2시쯤,
마누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일 저녁에 시간 좀 내 주세요. 만나서 이야기 좀 했으면 합니다."
공손한 문자라 "마누라가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 왔구나"하고 판단하여
지난 토요일 부터 외박(교회에서 잤음) 한 것을 청산하고 수요예배 후 집에 들어갔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마누라가 들어왔다.
책을 읽고 있는 내 서재로 들어오더니 다짜 고짜 이혼 서류를 들이 밀었다.
순간, 화가 난 나는 이름과 싸인을 하였다.
그리고 "분당 집 팔아서 반은 내게 줘" 라고 했더니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왜?" 라고 반문했다.
"싫으면 애들, 당신이 다 데리고 가서 키워." 라고 말했다.
"내가 , 왜? "라고 또 반문했다. 그리고 " 분당 집은 내꺼고 당신은 애들과 같이 나가! "
즉시, 싸인했던 이혼 서류를 찢으며 "그러면 법적으로 하자."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내 그럴줄 알았어. 쫀쫀한 줄 알았어." 하고 나가는 내 뒤통수에다 대고 빈정거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
2009.12/18(금)
오전 11시경, 전병일 순장님께 전화가 되어 이혼위기에 처한 사정을 얘기하고 조언을 구하다.
그의 말씀중
1. 몸에 병이 걸렸다고 몸을 죽이는 법이 어디 있냐? 비록 죽음에 이르더라도 정성스레 치료하듯
부부싸움 크게 했다고 이혼하면 되냐? 참고 감싸며 가정을 보호해야지.
2. 교회 사모님과의 상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부인에게 영향을 줄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3. 기도원에 가서 하나님께 전심으로 기도하라.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가 주섬 주섬 세면도구들을 챙겼다.
가평쪽에 있는 기도원으로 갔다.
가는 도중 처남에게 전화했다.
목소리가 "새~앵" 하다. 마누라로 부터 무슨 얘기를 들었나 보다.
최근 일어난 일들을 얘기 했다.
"식칼"사건이 나오자 무척 놀라와 했다.
마누라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자기가 느낀 억울함만 얘기한 것이 틀림없다.
"나를 위해 처남에게 전화한 것이 아니라 이 가정을 위해 도움 받고자 했노라'고 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춥다던 오늘(2009.12/18(금)) 가평의 한얼산 기도원에 늦은 저녁 7시에 도착.
계곡을 감싸는 어둠에 , 차가운 바람...
이 추운 산 속에, 단 돈 만원에 따뜻한 방바닥에 정갈한 침구가 있는 독방을 허락하시니...
열심히 기도하고 독서하며 때때로 집회에 참석하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위로를 경험한 후
다시 세상에 나가길 기대합니다.
2009.12/20(일)
오후 1시.
한얼산 기도원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와
지난 2주간을 정리해봤다.
참으로 추운 3일간 이었다.
그래도 따뜻한 독방을 배정받아 혼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고민했고(~고민은 끝이 없더라.)
생각했고 기도했고 가지고 간 책을 읽었다.(성경책, 헨리 나우웬, 안수현 )
결정 된 것 없이 이제 산을 내려 가려 한다.
다행히 , 마음은 한 결 평온해졌다.(물론, 언제 급변할 지 모르지만~)
[감동을 주고 받고 평화롭고 유쾌하게 남은 여생을 살아 가야지]
하는 모토에 맞게 결정하고 행동 할 거다.
밤 11시.
4식구 모두 큰 아들 해천이 방에서 모여 가족토론.
마누라는 마누라 way. 나는 my way.
서로가 다소 흥분해 가기 시작했다.
"아들 해천이, 해성이, 너희도 얘기 해봐라. 허심탄회하게 .
이게 평생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가족모임일테니까."
비장 한 듯이 큰 아들 해천이 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버지의 잘못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쩌고 ~ 저쩌고, 가설라무네~ "
한참을 얘기했다. 그리고 갑자기
"아빠, 눈 뜨십시오. 대화를 한다면서 상대가 말하는데 마주 보지 않고 눈을 감으시면 아빠는 기분 좋겠어요?"
"어, 형 , 아빠는 원래 그래. 교회에서도 목사님 설교 하실때 늘 눈을 감잖아."
"임마, 눈만 감았지 자는 게 아니야. 귀로 다 듣고 있어."
갑자기 마누라가 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배가 살살 아팠어."라고 하였다.
분위가기 조금 이상해져 가고 있었다.
다시 한참을 얘기하는 큰 아들에게 작은 아들 해성이가 말했다.
"형, 그건 논리에 안 맞잖아."
"짜샤, 가만히 있어 . 아직 내 애기 안 끝났어."
"그래, 그래, 형이 말할때는 좀 가만히 있어라. 논리에 맞건 안 맞건."하고 내가 한 수 거들었다.
다시 해성이가 말했다.
" 형, 언제 끝나. 나도 얘기 좀 하자."
갑자기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낄낄대며 웃으니 마누라도 웃기 시작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해천이가 말했다.
"아빠, 엄마에게 사과하세요. "
"식칼 휘두른건 도저히, 용서 못해."
"그건 내가 잘못해다고 했잖아~요." 마누라가 대답했다.
"아빠, 엄마가 오죽 쌓인게 많았느면 그런 행동을 하셨겠어요?"
다시 해천이가 다그쳤다.
"알았다. 엄마에게 사사건건 상의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한 나도 잘못했다."고 나역시 잘못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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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 방에 온 가족이 누워잤다.
안방에 두 놈이 베개를 들고 들오더니 누워버리니 침대 밑에 자고 있던 마누라가 침대 위로 올라와
내 옆에 누웠다. 나는 창가 쪽으로 휙 돌려 누웠다.
라디오를 자그맣게 켜고 있었기에 해천이가 끄려고 내 위로 오면서 속삭였다.
"아빠, 주무세요?."
모른체 하고 자는 척했다.
새벽이다.
목이 말라 깨어나 보니 아이들이 방안에서 자고 있다.
길 잃어 버린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고는 엄마 곁에 꼭옥 붙어 자고 있는듯
평안해 보였다.
조용히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였다.
"하나님, 이 가정을 지켜 주시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생을 살아감이 오래 참음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별것도 아닌 것 같고 감정의 소용돌이는 엉뚱한 곳으로 한 없이 몰고 가잖아요.
그저 생각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요.
언제 한 번 부부학교에 함께 가보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