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애인입니다. ‘예비 장애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은 모두 예비 장애인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입버릇처럼 나 자신을 예비 장애인이라 부르곤 한다. 장애인들은 일반인과 다르거나 부족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에 관여하여 현재 이사장을 맡으면서 느끼는 것은 내게 장애인 사역은 ‘일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것이다. 나는 항상 장애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말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받고 있다.

첫 회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가 장애인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받은 찬양테이프에서 시작됐다. 뇌성마비를 가진 찬양사역자 백일의 ‘벙어리가 되어도’란 찬양을 듣고부터 나는 장애인과 장애인 문화사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화교류활동을 하며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들이 불편한 몸에서도 언제나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헌신한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일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불평하고 짜증을 내지만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이 하나님께 헌신하는 그 마음은 항상 신실하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이 천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점차 감소세이긴 하나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25%쯤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 가운데 기독교인의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이는 장애인 입장에서 한국교회의 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교회에 장애인들이 드나들기 힘든 이유로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적으며, 비신자들과 다를 바 없는 성도들의 시선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장애인들에게 심적으로 큰 부담을 줘 자연스럽게 교회를 멀리하는 동기를 제공한다. 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구분의 대상이 아닌 서로 협력해야 하는 형제라 생각한다.

성경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장애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고 그들을 사랑하시며 감싸 안으셨다. 나는 중풍병자와 네 명의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는 마가복음 2장 말씀을 장애인 사역의 푯대로 삼으며 이 일을 감당하고 있다. 말씀에서 중풍병자가 네 친구들의 사랑으로 인해 예수님께 치유 받고 일어선 것처럼 장애인과 일반인들이 더불어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 확신으로 문화교류를 통해 아무 거리낌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평등사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외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콘서트와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체험하는 여름 수련회 등을 진행할 때마다 관계의 벽을 허무는 일에 일조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

1987년에 창립된 이 단체에 참여하게 된 것은 1992년이지만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2002년 한·중 수교기념 국제장애인문화예술제에서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러시아, 몽골 등 장애인문화예술의 국내외 교류를 추진해 이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는 일에 기여했다. 최근 장애인들에게 제주탐방의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장애인과의 교류를 추진해 타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행사를 추진하면서 우리 사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도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이를 위해 교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합의 장이 되도록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도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일반인 청·장년 성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장애인 사역에 참여해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경의 열매] 최공열 (14)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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