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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교장 하늘서도 ‘왕철부지’인가요?
[한겨레 2006-12-21 1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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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의의 교통사고로 온몸화상을 입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고 채규철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함석헌과 장기려를 사랑했던 그는 평소 두 분의 발자취를 따르려 애썼고, 그의 삶 역시 두 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채 선생의 활동내용과 공간은 참으로 넓고도 다양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는 그를 농촌운동가로, 교장이나 교육운동가 또는 유명 강사로 기억한다. 또다른 이는 장기려 박사와 청십자 운동을 시작한 그를 의료보험 창시자나 사회복지 실천가로, 그 외에도 환경운동가, 장애인의 대부, 독서왕, 문화운동가, 평화주의자, 왕철부지로 기억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불려질 만큼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런데 최근 두 가지를 통하여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4일 선생의 70회 생신을 맞아 출판 기념을 겸한 칠순잔치를 마련해드리고자 그의 제자, 후배,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채규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채사모)이 공동으로 자리를 마련하였다. 기획과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동안 연극인, 음악인, 출판인, 장애인 등 그날 모인 축하객들의 다양함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칠순잔치를 연극무대에서 한 것도 그의 철부지 같은 생각이 뒷받침된 것이었지만... 또 하나의 사건은 이번 장례식 때다. 운명하신 직후 빈소를 마련할 때부터 그곳을 지키며 오가는 수천명의 조문객들의 다양함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항상 넉넉하고 정이 넘치는 그의 열린 마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보다. 농촌운동가·사회복지가·장애인대부…아름다운 세상 회복 위해 늘 약자 편에참살이 하자며 ‘철들지 않는 사람들’ 조직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 여러 활동들, 그리고 그의 삶 전체를 들여다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조물주가 창조한 태초의 세상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 아름다운 세상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자연의 소중함과 생태와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늘 앞장서 왔다.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평화를 먼저 챙기고 그들의 권익을 위해 늘 앞장섰다.
그는 많은 조직을 결성하기도 하였고, 기존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하였는데 그가 마지막 애정을 쏟으며 앞장서 출범시킨 조직이 바로 ‘철들지 않은 사람들’ 모임이다. 그는 아름다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며 먼저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고 역설하였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철들지 않은 사람들’이라 부른 것이다.
그는 틈날 때마다 철부지 홍보대사로 자원해서 나선다. 왕철부지답게 지칠 줄 모르고 만나는 사람마다 꿈과 용기와 희망과 사랑을 나눠 주었다. 이제 ‘철들지 않은 사람들’은 채규철 선생을 제3대 왕철부지로 위촉하려 한다. 초대 왕철부지 고 장기려 박사와 2호 왕철부지 고 이선관 시인에 이어 그가 세 번째 왕철부지가 되는 셈이다.
살아 생전 그는 아름다운 세상과 평화를 위해서는 그의 영원히 마르지 않는 호주머니를 항상 열어두었고, 칠순잔치에서 경비를 아껴 기부금을 내놓았던 그의 뜻을 받들어 장례식을 마치고 그의 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남은 부의금 모두를 고인이 참여했던 단체에 기부하겠노라는 뜻을 전해왔다. 채규철님이 다시 부활하였으니 참 행복하다.
철들지않은사람들 상임위원장 문홍주 (한성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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