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미명 무렵, 집을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현선이 수시 2차 실기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며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어제 일찍 잠이 들어 눈 떠 보니

새벽 한 시였습니다.

모든 식구가 잠이 든 고즈넉한 새벽이었지만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오늘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아침 죽을 끓였습니다.

혹여 긴장해서 먹은 것이 체할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죽을 먹고 싶어하는

현선이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죽 한 번 저으며 기도하며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기도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식구들한테 들릴까봐

조용조용 기도하는데 자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이 날 이때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그동안 말 할 수 없는 눈물과  땀을

흘렸을 현선이의 마음이 헤아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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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마치고 학교까지 순적하게 도착했습니다. 

5시간동안 실기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과 나는 학부모 대기실에서 준비해 온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침잠과 아침 식사를 설치고 나온 표정이 역력하게 보였습니다.

강당 대기실에서 여기저기 잠을 청하는 부모들, 간단히 요기하는 부모들, 간혹 기도하는

엄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다들 한결같은 마음이겠지요..

동시 다발적으로 모두 한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도

난감하시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각자를 향하신 하나님의 목적이 다 

있을테니 그 뜻대로 인도하시리라 생각되어졌습니다.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사실 냉정한 엄마입니다.

제 딸이지만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위로보다는

마땅히 자신이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객관적 태도가 지나쳐 냉정함마저 보이는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는

자꾸 그동안의 현선이의 마음이 묵상되어졌습니다.

자기 전공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지나친 경쟁심에 스스로를 들볶던 현선이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측은함과 그 마음의 헤아려짐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그리고 현선이의 그 숱한 눈물과 몸부림과 노력들이

눈에 밟히고 마음에 밟혀졌습니다.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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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이 넘은 교정이 아름다웠습니다.

단풍따라 찾아오는 계절이 이미 곁에 와 있었습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교정에서 벌써 단풍이 조금씩 깃들여져 있었습니다.

가을 햇살 아래 은행나무에 어느덧 찾아 온 가을 색깔,

그리고 이제 조금씩 열매 맺기시작하는 은행들이 햇빛에 반짝입니다.

그 그림들을 배경으로 오래된 석조 건물들..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오랜 세월을 품은 듯한 돌조각 위에 부서져 내립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을 즐길 새도 없이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현선이 생각에 또 마음이 밟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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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 있는 대학교회를 찾았습니다.

예배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이 받으시는 정말 예배다운 예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예배가 얼마나 나 중심적이었나를 깊이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자꾸 주책스럽게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은 눈을 이리 들어도 저리 들어도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마음의 소원을 올려 드렸지만

그것이 하나님 뜻이 아니었을 때

거절의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를 조정하여 드리는 순종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아니하실지라도..

선하신 주님의 뜻을 믿고 믿음으로 감당하리라 다짐합니다.

아직 어린 믿음의 현선이가 혹여 받게 될 마음의, 믿음의 시험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자신의 최선이 거절당했다는 상처를 받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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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도 금방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나오는 시험장 출입구에는 학부모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다들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기대하며

학수고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많고 많은 비슷한 아이들 중에 우리 현선이를 찾아 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행여 놓칠까 눈에 불을 켜고 있었으니까요...

또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선이에 대한 애잔함과 사랑으로...

지나온 12여년의 시간들이 오늘을 위한 시간들이었나 싶기도 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렇게 지나왔다는 감사...

잘 봤건 못 봤건 저 현관을 나오면 꼬옥 안아줘야지하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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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깨가 축 처진 현선이가 나옵니다. 다른 아이들도 밝지 못한 표정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주제가 나온 탓에 실력발휘가 마음껏 되지 못했나봅니다.

 

할 수 없습니다.

이제 활시위를 떠난 활입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의지합니다.

현선이의 합격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리 하실테고

하나님의 계획이 다른 곳에 있다면 그리로 인도하실

선하신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입시준비하며 의지했던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을 향해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

현선이는 하나님을 의지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주신 말씀입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저에게 주신 하나님의 평안이

우리 사랑하는 현선이에게도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이제 막 들어 온 현선이가  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