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때

절대 못한다고 도리질 칠 때

내게 긍휼(矜恤)을 부어 주시옵소서.

 

그 이기심(利己心)은 연약(軟弱)함의 일부(一部)니

나눌 것 없는 그 속은 얼마나 절절하며

그 진한 독설(毒舌)은 넘쳐흘러 나온 것이니

그 속은 지옥(地獄)안방 자리가 따로 없을 것이며

그 독기(毒氣)서린 눈빛도

누군가 먼저 꽂아 두고 떠난 칼날일 테니

그 마음은 또 얼마나 피투성이겠냐고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때

내게 긍휼을 부어 주시옵소서.

       박 규숙